어느 날은 김치찌게를 맛나게 한 냄비 끓이고 나가고

어느 날은 소고기 무우국을 푸짐히 끓여 놓고..... 

제대한 아들이 집에 있으니 낮시간에 그 녀석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했다.

아이 없는 채로 주간에 밥을 서로 안챙겨 먹은지 오래되어서 주방에 들어가는 시간이 주말에 한정이 되었었는데

영... 아무짓도 안할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꾀를 부리고 안하게 되자 궁한 아들녀석이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더라...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웃집 이쁜 동생의 밑반찬 포스팅을 보자

반성의 의미로 일요일에 냉동실 털기 반찬 두가지를 만들었다.

부자마을이 좋은 점.... 보고 배울 이웃이 많다는거...

진미채는 어느 채널에서 땅콩버터 한스푼을 넣은 고추장양념에 버물이면 영양과 맛을 딱 잡는 환상의 궁합이라고

해서 잘 먹지 않는 땅콩버터를 사왔더니 쓰고 남은 걸 남편이 식빵에 발라 잘 드시더라구.

그리고 멸치... 우리집엔 아주 잔 멸치가 없다.

대신 유명한 죽방멸치와 맛이 괜찮은 멸치가 좀 있었다.

국물요리에만 쓰기엔 아까운...

그래서 머릴 따고 내장도 떼어내는 성가신 작업을 했다. 냉동실에 차곡이 넣어져 있는 견과류도 좀 먹기 좋게 부셔넣어

맛나게 양념해서 멸치조림을 했다.

멸치 똥을 떼어내는데 남편이 한마디 한다.

옛날에 울 아부지는 그거 그냥 아무 양념없이 고추장에 찍어서도 잘 잡수셨는데...

그럼 고추장을 가져다 줄까??? 아니 그냥 먹게 좀만 줘봐...  맛있네...

아버지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내가...

아들이 남은 100% 현미밥을 이 반찬과 점심으로 잘 먹었다고 톡을 줬다.

김치도 새로 썰어 놓고

맛있게 익은 동치미도 한 그릇 가득 담아 두었다.

어떤 날은 기본 주부일만으로도 괜히 역할을 다한듯 뿌듯한 날이기도 하다.

해가 있는 낮엔 잠에 취해서 헤롱대다가 초저녁에 일어나서 몇가지 일을 한 어제가 그랬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