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들의 연말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회식이나 모임이 실종되었다가 이제 풀렸습니다.
더욱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남자들에겐 이를 빌미로 회사는 물론 향우회 동창회, 친목회 등
술자리가 잦아질 것이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귀가 시간은 당연히 평소보다 늦어지죠.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들은 가을만 타는 게 아니고 연말에도 평소와 달라집니다.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자신의 가련한 가장의 인생이 ‘처성자옥’이란 걸 더욱 더 느끼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즉, 아내라는 성 안에서 자식이라는 감옥에 갇혀 사는 인생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걸 아내에게 털어 놓지 못하고 유독 술자리가 잦아지고, 귀가시간도
늦어지고, 유난히 힘이 빠지는 겨울 남자가 되나 봅니다.
때로는 술에 취해 집에 와서는 뜬금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다는~’ 노래를 불러 대는 남자들이거나,
일찍 귀가해서는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멍 때리는 남자들이거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 피우는 횟수가 느는 남자들은 아내에게 바람났나 하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압니다,
부모에게는 자식으로, 아내에게는 남편으로,
자식에게는 아버지로 산다는 걸.
그러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나는 왜 지금 여기 서있는가?’
고민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사는데, 계절적으로 연말이면 좀 달라지는 게
대부분의 남자들입니다. 예외는 빼고요.
내가 사는 모습에 회의도 들고. 그렇다고 이런 얘기 아내와 할 수 있나요?
겨울 밤 소주 한 잔에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바바리 깃 세우며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티스트’가 되기도 하고, 아내에게
사전 결제도 안 받고 카드 긁는 배짱 두둑한 남자들까지, 아내들을 바짝 긴장시키게 하는 남편들의 계절, 연말입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eksim/222940830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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