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가을만이 아니고 연말에도 평소와 달라집니다. 특히 연말에 찬 바람이 불면서 송년회를 빌미로 남편의 술자리가 잦아졌거나, 귀가 시간도 늘 한밤중이며 아내에게 이런 사연을 털어놓지도 않고, 올 겨울은 유난히 기운 없어 보이는 남편의 모습을 봅니까? 또 일찍은 들어오지만, 베란다에 나가 멍하니 화분을 뚫어져라 쳐다보질 않나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 피우는 횟수가 늘지 않나요? 혹시 저 남자 바람났나, 잠깐이지만 의심까지 한적은 없나요?
그러나, 남자들끼리는 말합니다. 여성들의 활동반경이 점증되는 세상에서 여성들도 고달픈데,
인생은 ‘처성자옥(妻城子獄)’이라고. 즉 아내라는 성(城)과 자식이라는 감옥(監獄)에 갇혀 산다는 거죠. 사실, 부모에게는 자식으로 아내에게는 남편으로 자식에게는 아버지로 산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나는 왜 지금 여기 서있는가?’ 고민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사는데, 계절적으로 연말이면 좀 달라지는 게 남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모습에 회의도 들고. 그렇다고 이런 얘기 아내와 할 수 있나요? 겨울 밤 소주 한 잔에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바바리 깃 세우며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티스트가 되기도 하고, ‘지름신’을 불러들여 아내에게 사전 협의 없이 카드 긁는 배짱 두둑한 남자들까지, 아내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남편들의 계절, 연말에 나타나는 연말증후군입니다.
남편들이여, 이런 연말증후군에 걸려들면 안됩니다, 정신 차리셔야만 합니다. 아내들이여, 남편의 연말 증후군 예방에 신경 좀 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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