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경대(業鏡臺)
12년 전에 '저승여행'에 관한 불화(佛畵) 전시회에 대한 포스팅을 재탕합니다.
그 전시회에서 본 조선시대 불화 중에 사후에 저승사자를 만나서 극락으로 인도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담겨진
조상들의 불교적 내세관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불화는 귀족적이고 화려했던 고려시대 불화와는 달리 서민적이고 소박한 느낌이었고요…
아마도, 그 당시는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불교는 ‘민중 속으로’ 더 접근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 불교 유물 중에 '업경대(業鏡臺)'라는 걸 보았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사자인 듯한 모양의 받침대 위에 불꽃 무늬 나무판이 있고, 그 판에는 청동 거울이 붙어 있는 것으로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 저승 세계에서 쓰이던 물건으로 사실 겁나는 유물인 셈입니다.
전시했던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승으로부터 저승에로의 행로에 따르면, 저승 사자들은 흔히 백마 혹은 흑마를 타고 와 지옥 왕의 명령을 전하면서 지옥세계의 이 업경대(業鏡臺)로 길을 안내한답니다.
저승사자를 따라 ‘업경대(業鏡臺)’ 앞에 서면, 이 거울에 전생의 죄업이 몽땅 비쳐지고, 3 년에 걸쳐 10 명의 저승 왕(十王: 시왕으로 발음함)으로부터 업보에 따라 형벌이 정해지게 된답니다.
이처럼 업보에 따른 심판은 불교의 중생관(衆生觀)에 따라
육도(六道),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 등 6 가지 중 하나로 결정되는데,
1, 지옥(地獄)은
육도 중 가장 고통이 심한 곳으로 분노심을 일으켜 남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 가는 곳,
2, 아귀(餓鬼)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상징되는 세계로 생전에 욕심을 부리고 보시를 하지 않은 사람이 가는 곳.
3, 축생(畜生) 계는
고통이 많고 낙(樂)이 적은 곳으로 어리석은 짓을 많이 한 사람이 가는 곳,
4, 아수라(阿修羅) 계는
5계(戒)와 10선(善)을 닦은 사람이 가는 곳으로 지혜는 있지만 싸우기를 좋아하는 곳.
5, 인간(人間) 계는
5계(戒)와 10선(善)을 닦은 사람이 가는 곳으로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잠재되어 있어 불법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곳.
6, 천(天) 계는
모든 욕망이 충족되고 모든 즐거움이 온전히 갖추어진 세계이지만 아직 열반의 세계에는 이르지 못하는 세계로서 선정(禪定)을 익히고 닦아야 하는 곳이랍니다.
물론 이런 지옥 세계에도 지옥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을 뒤로 미룬 자비(慈悲)의 화신 ‘지장보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는 지옥 문을 깨뜨릴 수 있는 지팡이와 암흑 세상을 비춰주는 구슬을 들고 다니며 지옥에서 고통 받는 억울한 중생들을 구제한다죠?
이렇듯 불교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저승에서의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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