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팍스넷에 "깔깔 유머방"이란 게시판이 있었는데.. 우연히 읽어보고는.. 재미있어 계속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도 글을 올려볼까 하는 충동을 느꼈고.. 뭐를 써볼까 하다가.. (그 당시) 내 나름대로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술"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글을 올리게 되었다. ㅋㅋ)

다음이.. 내가 난생처음으로 깔깔 유머방에..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올린.. 아주 서투른.. 글들의 제목이다.

( ☞ ① 死酒 소개,  ☞ ② 死酒 턱 그 이후 이야기,  ☞ ③ 카.지.노 슬롯머신 게임에서 돈 딴 이야기,   

  ☞ ④ 외국 출장길에 술 마신 이야기 (음주문화 차이에 의한 에피소드) )

그 후에도 많은 술 이야기를 올렸는데.. 가령, 다음과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던.. 젊었던 시절의.. 흘러간 옛날이야기고..  요즘은 술을 완전히 끊었다. ^^)

내가 올렸던 첫 번째 글에 .. "사주(死酒)" 이야기가 나온다.

소주를 맥주잔에 따르면 딱 소주 반병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약간의 사이다를 위에 뿌리고..

그 맥주잔에 들은 술을.. 완샷에 마시는 것을..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사주"라 불렀다.

그렇게.. 사주를 주거니 받거니 마시면.. 주변에서 구경하는 보통 주량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포심을 갖게 된다.

어쩌다.. 행여.. "사주" 한두 잔, 혹은 몇 잔을 권유받아 마시게 되면.. 그야말로.. 사망각이 된다. ㅋㅋ

우리 커뮤니티에서 그 "사주"를 창시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그 첫 번째 글에 나오듯이.. "김 회장"님이라는 분이다.

회식 때 그분이 참석한다는 소문이 나면.. 목숨이 먼저라며.. 조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회식 자리에 가.. 그분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앉으면.. 그 주변에는 무서워서 아무도 앉지를 않았다.

그럴 때면 꼭.. 내가.. 참석자들에게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 할 수 없이.. 맨 가운데.. 그분 앞에 앉았고..

일단.. 그분과 내가.. 사주를 주고받아 마시며.. 회식이.. 혹은..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ㅋㅋ

그분과 술에 얽힌 이야기만 써도.. 수십 페이지의 글을 쓸 수가 있을 정도로... 정말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

서론이 매우 길어졌는데.. 오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후반에.. 우리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ㅠㅠ

그런데.. 내 직장 주변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조문을 왔는데.. 이상하게 "그분"은 안 왔다.

심지어.. 조의금 봉투도 안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초에..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로는.. 매우 섭섭했다.

왜냐면.. 나는.. 먼저 있었던..  그분의 외동딸 결혼식에 두툼한 축의금 봉투를 들고 참석을 했었고..

그분과 나는.. 서로의 경조사에.. 서로 참석해야만 할 정도의 친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은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은 윗분이라.. 어쩔 수는 없었다.

뭔가 바쁜 사정이 있었겠지.. 아니면.. 나는 그분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분은 나를 그분 밑에 많이 있는.. 그저.. 어느 한 명의 새까만 쫄따구나 후배로 생각해...

조문해야만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였는가 보다며.. 섭섭하지만.. 그냥 지나갔다.

그리고서... 몇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 그분이 은퇴를 하셨다.

은퇴를 하고도.. 가끔 우리 직장에 나타났고.. 나하고도 술자리를 한 적이 두세 번 있었는데..

그 뒤.. 몇 년 후부터는..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아마도..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쉬고 계신 게 아닌가.. 추측되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우리 큰아들의 결혼식이 있게 되었다.  ( ☞ 큰아들 결혼 !! )

큰아들 결혼식에는 정말로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하객이 와.. 급하게.. 예식홀을 임시로 더 임대해 써야만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하객들도 많았는데.. 그중에는 정말로 의외의 어느 한 분이 있었다.  바로.. "그분"이었다.

2번이나 있었던.. 우리 부모님 "상"에도 안 오셨었고.. 조의금 봉투도 안 보내셨던 그분인데...

웬일로.. 축의금 봉투를 들고.. 우리 큰아들 결혼식에 온 것이다 !!

정말로 반갑고 고마웠지만.. 약간은 으외라는 생각이..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원래.. "경사(慶事)"에는 못 가도.. "조사(弔事)"에는 꼭 가라는 옛말이 있는데.. 그분은 거꾸로 된 것이다.

어쩐 일로 오셨을까?  당연히 고맙지만.. 정말로 의외였고.. 궁금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저께.. "모처럼의 일정에 설레이는 퇴직자 !!"라는 글을 올리면서.. ( ☞ 모처럼의 일정에 설레이는 퇴직자 !! )

불현듯.. 그때 그분의 참석이 생각났고.. 그 참석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

그저께 그 글을 보면.. 퇴직한 지 10여 년쯤 되는 분이.. 일출 구경을 간다는 모처럼의 일정에..

가슴이 설렌다는.. 가슴이 들뜬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가슴이 설레일까??  일출을 보게 되어서 ??

그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퇴직 후의 단조롭던 생활에... 모처럼의 일정 약속이 생겼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정에 참석하면... 모처럼.. 과거의 반가운 직장 사람들..

즉, 동료, 후배, 선배 등등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깐.. 더욱.. 그럴 것 같다.

그 당시 우리 큰아들의 결혼식은.. 결혼식 홀에.. 둥그런 테이블들이 많이 놓여..

하객들이 그 테이블에 앉아.. 즉, 결혼식 현장에서.. 식사를 하는 형식이었다.

어느 테이블에 앉아계신 "그분"은.. 과연.. 과거의 직장 "전우"들.. 즉, 동료, 후배, 쫄따구 등등에게 둘러싸여..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술을 서로 권하며..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와인병이 있었는데... 혼주로서 아주 바쁜 나를 붙잡고는.. 와인 몇 병을 더 가져오게 하라 해서..

내가 관계자에게 말해.. 충분한 와인병을 그 테이블에 공급시켰다.

그러니.. 그 당시에 궁금했던.. 그분의 우리 아들 결혼식 참석의 이유가.. 이제야 조금 풀린 것 같다.

그분은.. 우리 아들 결혼식 참석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그 기회에... 과거의 반가운 "전우"들... 즉, 동료, 후배, 쭐따구 등등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ㅋㅋ

그저께. 그 글을 올리면서..  ( ☞ 모처럼의 일정에 설레이는 퇴직자 !! )

그리고 이제는 나도 퇴직한 신분이 되었기에..

이제서야.. 어렴풋이.. 과거의 그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

우리도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아.. 어느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에 가면... 약간의 수고야 어쩔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소원했던.. 많은 동창, 친구 등등을 간만에 많이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고..

정말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래서.. 즉, 간만에 많은 반가운 동창이나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가끔... 과도한 술자리가 벌어지기도 한다. ㅋㅋ

내 부모님상 때는.. 그분이 매우 바쁘고 잘나가던 현역이라.. 조문에 관심이 없어.. 참석을 안 했는데..

은퇴하신 지 어언 10년도 넘었기에.. 이제.. 어느 정도 한가하고 무료하던 차에..

마침.. 아직 직장에서 현역인... 나의.. 큰아들 결혼식 소식을 듣게 되었고..

아.. 거기에 가면.. 과거의 반가운 "전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술도 한잔할 수 있겠구나.. 해서,,,

그저께 글의 퇴직자분처럼.. 모처럼의 설레이는 일정으로 생각하다가.. 참석하신 게 아닌가 한다. ㅋㅋ

물론.. 나도 이제는 퇴직자의 신분이 되었고.. 또.. 모처럼의 일정에 가슴 설레인다는.. 그저께의 그 퇴직자분 글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를 얼추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그분의 참석이 고맙지 않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그분의 참석이.. 정말로.. 반가웠고.. 덕분에 결혼식 자리를 빛내주시어.. 정말로 고마웠다. !!!

그분은.. 아직도 정정/건강하시고.. 조금씩이나마.. 여전히 술을 하신다고 들었다.

그분은.. 학생 때.. 철인 3종 경기의 대표선수였다는.. 정말로.. 스마트하시며.. 엄청난 체력, 괴력, 주량의 소유자이셨다.

계속.. 그분이 건강하시길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