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6일     -  언니네 이발관 다이어리 中 에서

불안하지 않은 이십대가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 찾아온다는 안정감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어떡하냐고?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사실뿐.
어쨌거나
누군가와 밥 한끼를 먹기 위해 메뉴를 고르는 일에조차
곤란을 느끼는 사람까지 예외없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어릴적 그렇게 바라던
어른의 삶이기 때문에
나는 너의 혼란스러움과 초조함을 이해하지만

하나 말해주고 싶은 건
왜 우리들은 언제나 자기 나이에 대해
스스로 제한을 두려 할까 하는 점이다.
매번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거나,
한살이라도 어릴때 뭔가 해봐야 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되고 등등.
아니 그럼 나이 마흔에는 경험을 쌓을 수도 없고
쌓을 필요도 없단 얘기야?
마흔이 무슨 청춘의 끝쯤 된다고 생각하는거?

아주 어릴적에 어느날 한 친구가 파마를 하고 나타났다.
그래 무슨 파마를 그렇게 심하게 볶았냐고 물어보니
그친구 말하길 내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파마를
해보겠냐고 하더라.
그 후
시간이 이십년도 넘게 흘렀으니까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는 게
지금이라도 파마를 하면 하는거지 못할 게 뭐냐는 거다.
근데 왜 그 친구는 그때가 파마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 했냐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인생이라는 레이스가 이렇게나 긴데 말야.

+

내 나이에 가두고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30대쯤 깨닫게 된 것 같다.

20대에 이루어 놓은 터전안에서

30대와 40대는 그냥 안정적으로 늙어가는 나이대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직종을 바꾸기 위험이 큰 어려운 나이대이고,

몇년간의 세계일주는 허황된 꿈일 뿐이였다.

긴 생머리를 하면 안되는 나이대라 생각했다.

이승환과 윤종신의 음악을 들으며,

연말 콘서트를 즐기는 것이 30대라 생각했다.

근데

현실은 혹시 모를 긴여행을 위해,

우쿨렐레를 배울까 대금을 배울까 고민중이고,

주말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시간을 꽤 많이 할애하는 게 긴 인생을 볼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장기하의 공연을 보며 떼창을 하고 있는게다.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다보면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득이란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혼자 나를 나이에 가두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30대가 되면서

인생의 한줌씩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다.

20대의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아직 뿌리를 내리는 중이라 불안한 인생은 여전하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그냥 나 답게 사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소명을 하나씩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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